필름

#어린아이는: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이로 살고자 한다.

카라멜필름 | caramelfilm 2025. 3.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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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4번째 봄을 앞두고 있다.

매번 그 봄은 변화가 많았고, 전해오는 감정도 달랐다.

무생물의 숨결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인데, 매번 같음을 추구한다면 욕심이겠지.

 

어느 날은 행복했고, 어느 날은 아쉬웠다.

감정의 격해짐과 조건이나 보상 따위를 바라지 않던 행복은,

점차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나에게 봄은 시작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충만한 계절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야 했고,

무언가를 또 받아 들어야 했고,

무언가는 그저 그렇게 반복되는 시작점일 뿐이었다.

어찌 보면 우울하거나 자신감 없이 지쳐있는 삶이라 표현될지 모르지만,

비단 나만 그러한가...

물론 세상 사람 모두가 그렇다 치부할 만행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

그래도 그런 삶이 태반이겠지. 그렇게 믿어야 불안하지 않더라.

 

 

...

 

어린아이가 웃을땐 보고 있는 사람도 함께 웃고 행복해진다.

그 웃음이 잠깐이라 하여도 세상 살아보니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 어려운 일을 아이들은 참 쉽게도 해낸다.

나도 어물어물 한 단어 겨우 내뱉어가며 야무진 의사표현을 하던 꼬맹이땐.

그랬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쉬이 어른들을 재밌게 해 줬더라.

사진에서 추억에서 나의 꼬맹이 모습을 추억해 주던 분들이 그렇다 하더라.

카라멜필름 호감 필카 디카 사진 일상 추억 하루_어린아이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아이로 살고자 한다
[ #촬영: Leica ❘ #필름: Kodak 200, 35mm color ❘ #일자: 1982년 5월 ❘ #장소: 경기도 안양 ❘ #사진: 2살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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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

모든 기억이 생생하진 않지만...

뭔가 많이 주어 먹고, 지금 나와 같았던 어른들이 순간순간 쥐어짜 낸 예쁜 애정들을 빼앗아 먹고,

그렇게 저렇게 크며 자랐다.

반복되는 삶이라 하지만, 내 꼬맹이 시절은 반복되는 삶 일부에서 자신 있게 행복이란 카테고리 안에 두둑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운 그곳.

그리운 냄새.

그리운 숨결.

그리운 가족.

그리운 아빠... 아버지.

 

항상 별거 없던 아버지와의 추억들이. 스멀스멀 아버지의 가장 최근 사진 속 나이가 되었을 지금.

별거가 아닌 가장 소중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잘 지내시는지... 

서로가 뚝뚝하여 예쁨을, 사랑을 표현하기 어색해하던 그때는 행복한 줄 몰랐는데.

지금은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더라.

 

어린아이는 다시 아이이고 싶다.

 

카라멜필름 호감 필카 디카 사진 일상 추억 하루_어린아이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도 아이로 살고자 한다
[ #촬영: Leica ❘ #필름: fujifilm 200, 35mm color ❘ #일자: 1985년 11월 ❘ #장소: 시골 할머니댁 마당 ❘ #사진: 아빠와 5살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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